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행동 기자회견문

“우리는 오늘 교복을 입고 투표한다”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행동 기자회견문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이뤄지는 첫 날인 오늘, 우리는 교복을 입고 투표하고자 이곳에 모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의 위력을 우리는 선거날에 비로소 실감하곤 한다.

그러나 국민이며 주권자이되, 주권자의 권리는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이다. 청소년과 함께 살고, 청소년과 함께 배우며, 청소년과 함께 이 사회를 바꿔나가고자 하는 우리는 동료시민들의 권리가 박탈되는 현실에 눈감지 않고자 이 자리에 섰다. 동료시민들이 함께 참정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주권자로서의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거연령 하향 요구가 높아지던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선거연령 하향 이전에 입학과 졸업 시기를 1년씩 당기는 학제개편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발언이 있은 후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은 소위 학제개편이 이루어지기 전까진 안 된다며 선거연령 하향의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6월 선거에 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도록 4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까지 했건만, 결국 선거연령 하향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2018 지방선거도 인구의 오분의 일을 차지하는 청소년을 몽땅 배제하는 선거로 치러지게 되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아니었더라면, 이번 지방선거는 청소년이 함께하는 한국 최초의 선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고등학생은 선거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그들의 주장을 반대한다. 학제개편과 무관하게 선거연령은 만 18세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모든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고, 청소년의 존재와 목소리는 선거와 정치의 모든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집단의 선거권이 통째로 부정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의가 아닐 수 없다. 선거권이 없기에 무권리 상태로 추방되는 청소년의 지위는, 여러 지역에서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무산과 학생인권을 위한 법률 개정의 실패를 반복해온 역사를 통해서도 방증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으로 출마하는 일부 후보들은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청소년이 유권자였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과 함께 투표소에 입장하고 싶었다. 우리의 희망이 좌절된 오늘, 교복을 입고 투표해선 안 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반대하며 우리는 교복을 입고 2018 지방선거에 참여한다. 교복을 입고 투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려주고자 한다.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로 국민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국회의원들의 오만에 분노를 표한다. 그 누구도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강고한 연대와 서로를 향한 존중을 통해 만들어나갈 것이다.

2018년 6월 8일,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행동 참여자 일동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