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선거권의 기로에서

만 18세 선거권의 기로에서

미지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행동단 활동가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제도. 불과 1년 전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탄핵시킨 마당에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임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던 많은 이들이 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때,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만끽할 때, 이를 온전히 즐거워하지 못했던 이들도 있다. 이 나라의 국민이되 온전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추운 겨울날 함께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목 놓아 외쳤지만 정작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는 철저히 배제당한 이들. 바로 청소년들이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나와 촛불을 밝히던 광장에는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실시한 <2017 전국 청소년인권 실태·의식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연령대 청소년들 중 절반 이상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8%는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고, 20.7%는 온라인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명했으며,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선언에 서명한 경우는 36.3%에 달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청소년들이 정치적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온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수 십 만 명이 참가하는 전국적인 집회가 된 2008년 촛불집회는 청소년들의 작은 집회로 처음 시작했다. 3.1운동을 주도한 ‘청소년’ 유관순은 순국 당시 만 17세였으며, 4.19혁명은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그 시작이었다. 이렇듯 과거부터 현재까지 역사 속의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청소년들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선동’당하거나 ‘동원’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행동을 처음 시작하고 주도하는 주체적 존재였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당당히 다른 시민들과 함께 거리와 광장으로 나와 스스로의 의견을 말하고 행동했다. 청소년은 언제나 역사의 주체로서 역사를 바꿔왔다.

그러나 2018년 현재.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은 주체적인 국민으로서 대우받지 못한다.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보통선거라지만 그 ‘누구나’에 만 19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선거권이 없는 것은 물론, 대표자로 출마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운동조차 하지 못한다. 청소년은 선거운동 기간에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만 해도 불법이다.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직이지만 청소년은 정당에도 가입하지 못한다. 청소년은 이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된 그 어떤 정치활동에도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이러한 답답함을 참다 못 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자 광장에 나온 청소년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8년과 2017년의 촛불 집회를 비롯해 여러 집회 시위에 참여했던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정치적인’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가 훈계를 듣고, 징계를 받았다. 아직도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정치적 활동과 집회 참여를 징계의 사유로 삼는 구시대적인 교칙들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현재에도 학교에서 교사들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혹은 학교에 대자보를 붙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윽박지르고 겁박한다.

왜 모두가 이토록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철저하게 막으려 드는 것일까?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기 쉬워서?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판단 능력이 떨어져서? 이러한 논리들은 얼핏 그럴 듯해 보이지만 과거 정확히 똑같은 논리들이 빈민에게, 흑인에게,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지 말아야할 근거로도 사용되었다. 애초에 참정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인권 중 하나이다. 그 어떤 이유로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관심과 정치적 이슈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사고하는 능력은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만 비로소 길러지는 법이다.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의 박탈은 청소년들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다. 앞서 언급한 <2017 전국 청소년인권 실태·의식 조사>에서 61.2%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교사나 어른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에겐 일상에서도, 제도의 영역에서도 선택권은 고사하고 소신껏 말할 자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정책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 나라에서 청소년들은 그저 ‘어른들’이 결정한 제도와 체제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길 강요받을 뿐이다. 이토록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정치를 과연 민주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모두가 주인 되어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이 나라는 결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적어도 청소년들에는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은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선택할 권리로서 핵심적인 인권 중 하나이다. ‘어른’들만이 참여하는 정치 속에 청소년들의 미래는 들어 있지 않다. 너무나 오랫동안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삶을 바꿀 기회를 박탈당해 왔다. 이 나라의 청소년들의 삶이 고통과 차별로 얼룩져 불행한 것은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유독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OECD 35개국 중 유일하게 만 19세 선거권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이다. 만 18세 선거권은 이러한 부정적 연쇄의 고리를 끊어낼 작지만 큰 계기가 될 것이다.

만 18세 선거권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6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원내 정당 중 오직 자유한국당만이 만 18세 선거권에 반대하고 있다. 유권자가 아닌 이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책임 있게 듣느냐가 진정성 있는 정당의 바로미터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김성태 원내대표가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선거가 다가오자 새롭게 유권자가 될 만 18세 청소년들이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알량한 표 계산 아래 미성숙한 떼를 쓰고 있다.

지난 2월 1일 청소년·청년 660인 일동은 자유한국당이 선거연령 하향을 계속 반대할 시 평생 표를 주지 않겠다는 청소년·청년 선언을 발표했다. 우리는 과거 여성 참정권과 흑인 참정권에 기를 쓰고 반대했던 이들이 얼마나 추하게 역사 속에 기록되어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 언젠가 유권자가 될 청소년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누가 청소년 참정권을 지지하고 함께 싸워주었는가를. 누가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해 청소년들의 당연한 권리를 외면했는가를.

“만 18세 선거권의 기로에서”에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 연대에서 청소년 투표권에 대해서 활동하고 계셔서 여기에 글을 남깁니다.
    제가 보는 쟁점은
    반대 : 19세 미만은 사리 분별력이 없어서 나이 어린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면 안된다.
    찬성 : 나이 어린 청소년이 사리 분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간 : 어떤 청소년은 분별력이 떨어지고, 어떤 청소년은 어른보다 낫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제안은 이렇습니다.
    1.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동적으로 선거권을 주는 것입니다. 현행 19세이던지 18세 이던지…
    제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학업에 몰두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세상을 돌아볼 마음이 없었는데 18세 정도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2. 그리고 그 이하의 나이는 선거권 신청을 하면 선거권을 주는 것입니다.
    현행 19세 이하의 나이더라도 선거 참여 신청을 하면 선거권을 주는 것이죠. 1회 참여와 지속 참여로 구분하여 이번 선거만 참여 할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선거권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3. 이때 진자 결정권이 없는 너무 어린 나이인 경우 선거권이 악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두가지 입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 자녀에게 투표를 시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하나는, 선거권 신청의 최저 연령선을 두는 것입니다. 약 초등학교 6학년~3학년 정도로.
    다른 하나는, 선거에 참여할 만한 분별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요약 : 선거 기준연령은 안고치겠다면 놔두고 선거권 참여 신청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선거에 참여 신청할 수 있는 최저 나이(제 기준 약13세)를 정해 놓고 그 이하의 나이라서 분별력에 의심이 간다면 테스트를 통해서 선거권 신청자의 자발적 신청인지와 분별력을 판단하여 선거권을 주는 것입니다.

    원하시는 결과 얻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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