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대 가해자가 동시에 보호자일 수는 없다

[논평] 학대 가해자가 동시에 보호자일 수는 없다
– 제주 성폭행 가해 부친 아동학대 혐의 무죄 판결에 부쳐

“작년 9월이었다.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욕설과 함께 주먹으로 이마를 때렸다.”

“다음달에 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주변의 물건을 들어 때릴 듯이 위협했다.”

“그 사람은, 5년 전 내가 13살일 때부터 나를 세 차례 성폭행하고 수없이 폭력을 저질러 온, 아빠다.”

위 내용은 제주 성폭행 및 아동학대 피해자 18세 여성 A씨의 입장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검찰은 가해자 김씨의 폭행 및 정서적 학대 행위를 아동학대로 기소하고 세 차례의 성폭행도 함께 기소했다. 제주지방법원의 판결은 두 갈래로 갈렸다. 폭행 및 정서적 학대 행위에는 “딸의 잘못을 묵과하고 모른 채 방임하는 것이 오히려 학대행위가 될 수 있다”, “보호자로서 적절한 교양과 훈육을 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성폭행에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의 입장에서 보면 확연하다. 상대는 믿고 의지하고 배울 ‘보호자’가 아니다. 이미 학대를 가한 시점에서, 그리고 한 집에 살며 격리되지 않고 반성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가해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막중한 위험요인이다. 오히려 주변인과 법원, 그리고 사회에는 가해 부모로부터 A씨를 분리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누구도 가시덤불을 베고 잠들 수 없다. 그렇듯이 누구도 자신의 약함을 이용해서 착취하고 위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처한 위험과 고통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는 없다. 주인에게 호소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킬 방법이 없는 노예의 처지가 그렇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

누구도 폭력으로부터 배울 수 없다. 이번 제주지법의 판결로부터 우리가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폭행이 동시에 교육이고 보호일 수 있다고 믿는 불합리한 관념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상습 성폭행범의 폭행을 부모의 훈육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어렵게 싸움에 나선 여성 청소년을 도리어 가르치려 드는 것이 청소년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자세라는 것이다.

A씨가 5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부친의 성폭력과 학대 사실을 고발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1. 법원은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가해자 김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처벌하라.
2. ‘교육적 목적’이라는 가해자의 의도로 본질을 흐리지 마라. 사법기관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특례법을 똑바로 활용하라.
3. 아동청소년 정책은 보호와 통제가 아닌 인권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인권법을 제정하라.

2018.4.15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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