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어린이·청소년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

[논평] 어린이·청소년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
–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극우단체들이야말로 반민주·반헌법적이다!

 

지난 3월 15일, 광주 동산초등학교 앞에서 몇몇 극우단체들이 해당 학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산초 재학생인 시민들이, 사자명예훼손죄로 재판을 받으러 광주에 온 전두환을 보며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을 구속하라” 등의 말을 외쳤다는 이유였다. 극우단체들은 학생들의 외침을 “일탈행위”라고 부르며, 제지하지 않은 학교장과 교사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 속에서 나온 것일 뿐만 아니라, 동등한 시민인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한 존중도 결여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틀린 말로 채워진 기자회견은 지켜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를 학교가 제지했어야 한다는 해당 극우단체들의 주장은, 다른 시민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반민주적인 것이다. 상당수가 단체명에 ‘자유’를 내걸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름값도 못 하고 있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들먹이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취지는 정치권력에 의해 교육이 좌우되지 않게 하려 함이지, 학생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려는 것일 수 없다.

 

이들은 특히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친 시민들이 나이가 적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일탈행위”라고 폄하하는 등 편견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어린 학생들이 외치는 정치 구호는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고 목소리를 내며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보편적인 모습이다. 반대로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철저하게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자유를 짓밟는 독재 국가에 어울리는 모습일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다른 시민들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부당하게 위축시키려고 했다. 그러면서 공교육기관인 학교에 대해 학생들의 의사 표현을 월권적으로 제지하라고 요구했다. 오랫동안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말할 자유, 정치적 권리를 제약당해 온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폄하하는 무례한 언사를 쓰기도 했다.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은, 학교 측이 아니라 바로 해당 극우단체들이다.

 

덧붙여서, 한국 사회가 아직 어린이·청소년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현실이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지키는 데 초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도 함께해온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 채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는 등 기본적인 참정권도 박탈당하고 있다. 많은 초·중·고 학교들은 학생들의 언론·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규칙을 두고 있다. 이번 극우단체들의 억지 행태 역시 이런 암울한 습속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는 그런 행태가 나올 수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친 학생들을 지지하고 극우단체들의 행태에 혀를 찬 시민들이라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권 연령 하향을 비롯하여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과제들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2019년 3월 19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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