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재인 정권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중대한 첫걸음

[논평] 문재인 정권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중대한 첫걸음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독소조항 삭제 결정을 환영하며

 

작은 구멍이 벽을 무너뜨리고, 가보지 않은 첫 걸음이 새 길을 내는 법이다. 지난 15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학생인권을 침해해온 대표적 독소 조항 하나를 삭제키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번 결정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선명한 첫 번째 조치임에 주목한다.

문제의 독소 조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조(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의 1항 7호다. 2012년 4월 새로이 등장한 이 조항은 학교규칙에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검사,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 사용에 관한 내용을 ‘기재’토록 하고 있으나, 사실상 학생의 용모와 전자기기 사용을 ‘규제’하고 소지품검사는 ‘허용’하는 법적 근거로 해석돼 위세를 떨쳐왔다. 조항의 탄생부터가 악의적이었다. 당시 기세등등하던 이명박 정권과 교육부는 4대강에 보를 박듯, 전국적인 학생인권조례 제정 흐름을 차단코자 시행령에 이 조항을 삽입했다. 당시는 경기도와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시행령 개악으로 학생인권조례들이 줄줄이 상위법 위반 소송이나 논란에 휩싸였고 학교현장에서 무력화되기 일쑤였다. 그 바람에 두발자유화와 같은 오랜 학생인권 요구들이 학교규칙으로 다시금 거부되는 수모를 겪었다.

시행령 9조 1항 7호의 삭제는 과거 정권의 부정의와 학교현장의 반인권적 관행을 바로잡는 필수불가결한 조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법령이 아닌 학교공동체의 자치에 맡길 사안이라고 하나, 기본적 인권의 문제를 자치에만 맡겨두어선 안 된다. 내 머리카락을 어찌할지를 왜 학교와 학부모가 정한다는 말인가. 학교 안 권력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도 어렵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은 경기, 광주, 서울, 전북 단 네 곳뿐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참고할 기준조차 없어 학교마다 제각각 판단하거나 악습이 유지될 가능성도 높다. 사는 지역에 따라, 다니는 학교에 따라 인권의 높낮이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전국적 차원에서 학생인권을 고르고 두텁게 보장할 법령 개정이 절실한 이유다.

작은 구멍이 벽을 무너뜨리고, 가보지 않은 첫 걸음이 새 길을 내는 법이다. 이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결정은 늦었지만 중대한 첫걸음이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되, 첫걸음에 자족해서는 안 된다. 초중등교육법의 학생인권 보장 조항은 얄팍하고, 시행령의 다른 독소조항들도 산재해 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의 추가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2019년 4월 19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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